Friday, May 29, 2009

위기의 반도체 회사들

이번 주제는 홈오토메이션과 관계없습니다만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꾸 떨어지는 기억력을 보완하기 위한 기록의 필요성이 었습니다. 또한 이런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EETimes에 올라온 기사 한가지를 적어 놓기로 하겠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위험에 빠져있는 10개의 회사들입니다. 작년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실물 경기의 침체는 많은 회사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이 것 역시 기업과 돈이 걸린 문제라서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반도체 회사들은 2008년 말부터 생존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 대량 해고
  • 재고 감소
의 두가지 작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한쪽으로는 해고로 비용을 줄이고 한쪽으로는 열심히 다른 회사들을 헐값에 사들입니다. 요즈음 반도체 분야에서 M&A를 통해 한참 다른 회사들을 흡수하고 있는 회사로는 Texas Instruments를 들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경쟁사들과 확실히 차별화 되는 제품으로 이런 불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 TI의 행보를 보면 정말 이번 불황에 물을 만난 고기처럼 바쁘게 움직입니다. Microchip 도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별 소득은 없어 보입니다. 한때 어렵다고 이야기 되던 ST도 요즘은 신제품 발표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반면에 가격을 무기로 장사를 하던 업체는 여지없이 위기에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기술 경쟁이 아닌 단순 가격 경쟁의 시장에서는 선두 한두 업체를 빼고는 다들 생존하기가 쉽지 않지요. 마치 한국의 교육제도처럼. 위에서 언급된 회사들 중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를 열거해 보겠습니다. 새로 설계를 할 때 이 회사들의 제품은 가능한 피해야 하겠고 기존에 수급되고 있는 부품들도 주의해서 대비를 해 두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주요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없겠지만 와중에 적기에 수급이 원할하지 않을 가능성은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 AMD - VIA도 어렵다는 말이 들리고 인텔도 고전한다는 이야기를 보면 X86 제품군 전체가 시장 변화에 따라 축소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AMD는 얼마 전에 ATI를 인수했는데 이 쪽 제품은 저전력 분야에서 경쟁사인 nVidia에 비해 기술적 우위에 있음에도 데스크탑 및 노트북 시장이 줄어들고 대신 넷북 및 임베디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nVidia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발빠르게 넷북 시장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AMD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 Cadence Design System - OrCAD가 유명한 것 같아도 실적이란 것이 거의 대학에 공짜로 깔아준 것이 대부분이고 실속은 기업사용자들이 선호하는 Mentor Graphics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구별이 안가지만 경기가 나빠져서 옥석을 가리게 되니 기술력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됩니다.
  • Freescale Semiconductor - 항상 유리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상당히 선호하는 업체인데 몇가지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른 회사들의 제품과 호환되는 표준 반도체가 주력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기사의 내용으로는 비록 점차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부채가 회사의 경영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i.MX 시리즈의 홍보에 상당히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던데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Infineon Technology - 나름대로 다양한 제품군을 가지고 있음에도 특별히 Infineon 만의 기술이 뒷바침되는 제품군을 찾기 어렵지요.
  • Renasas & NEC - 이 회사들은 존속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Renesas는 이미 한차례 구조 조정을 통해서 Hitachi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인데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이런 구조 조정의 시기에 타격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일본의 기업 특성상 어떤 정보든 공개에 상당히 인색한 특성이 NEC나 Renasas에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 때문에 제품들이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소수의 대기업 위주의 거래선으로 매출을 유지하는 구조가 이런 시기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 업체 중에서 datasheet를 제대로 제공하는 업체를 별로 본 적이 없군요.
  • Taiwan DRAM vendors (Inotera, Nanya, Powerchip, ProMOS, Winbond) - 대만의 DRAM 업체들은 이전부터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메이저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입장이었지요. 삼성과 Hynix가 재고 감소를 이유로 덤핑을 벌이니 다들 큰 어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이 들 업체가 제대로 수익을 낸 적이 있는지조차 궁금합니다.
  • Hynix, Micron - 오로지 가격 만을 무기로 장사하던 업체들입니다. Hynix는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업계에서 Hynix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 NXP - NXP는 필립스에서 분사해서 나온 이후로 입지가 계속 약화되는 것 같습니다. 필립스에서 나온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주력 제품군은 필립스 시절 개발 된 것들이니 그동안 내부적으로 기술 투자를 게을리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의 Freescale과 NXP는 상당히 popular한 회사라 상황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여러 리서치 업체에서는 이번 불황에 대다수 반도체 업체들이 재고를 너무 서둘러 처분하는 바람에 급격한 가격 반등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 재고 처분에는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 이외에 경쟁사를 제거하려는 목적도 있어서 일단 업체들이 정리되고 나면 목적을 달성한 회사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회사들에게는 지금의 불황이 재고를 정리하고, 유휴 인력을 해고하고, 경쟁사를 제거하고, 유력한 회사를 싼값에 사들이는, 그야말로 다시 없는 좋은 기회일 것입니다. 외부에는 죽는 소리를 해대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겁니다. 마치 지금은 미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죽어나가는 것은 유럽과 중국, 일본등 미국 (달러화)의 경쟁국인 것 처럼 이와 완전히 동일한 상황이 이쪽 업계에도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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