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3, 2009

조명기기에 대한 몇가지 생각

흔히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이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조명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입장에서 몇가지 주제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효율에서 백열등(incandescent lamp)보다 형광등(florescent lamp)이 월등하다.

아마도 올해인가 내년인가 정도 부터 유럽에서는 백열등의 생산 및 판매가 금지되기로 되어있을 겁니다. 기존 백열등의 기능을 형광등이 완전히 대치할 수 없는 분야(색온도나 반응속도의 문제)는 대신 할로겐 등이 사용될 겁니다. 하여간 곧 백열등은 없어지고 조명기기의 대세는 형광등이 될 텐데 형광등 중에서도 백열등의 등기구를 1:1로 대치할 수 있는 CFL(Compact Florescent Lamp)이 가장 많이 사용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 CFL의 역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입니다. 사실 낮아도 너무 낮습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저가의 CFL은 역률이 50% 이하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순수한 인덕터 코일에 가깝고 이 때문에 전력 공급사들은 조명이 CFL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의 과금체계로는 일반 수용가에 역률에 대해 panelty를 줄 수 없으므로 역률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손실은 전부 전력공급사에게로 돌아갑니다. 물론 smart meter가 보급되면 입장은 달라지겠지요. smart meter에서 실시간 역률을 측정하게 되면 전력회사는 전송료(delivery charge)의 명목으로 낮은 역률에 대한 추가 과금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역률문제를 고려하면 CFL이 백열전구에 비해 그다지 효율적이라 할 수 없다는 의견이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력 공급사는 정부에게 역률 보상 회로가 장착되지 않은 CFL을 판매금지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회로 비용 때문에 CFL의 가격이 지금보다 상당히 올라가서 보급에 문제가 생기므로 정부에서는 당분간은 그냥 모른 척 하고 있다고 합니다(미국의 이야기). 아마도 CFL의 보급이 계속되면 계속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겁니다.

LED 조명은 곧 다른 조명을 대체할 것이다.

이것 역시 아직은 상당히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현재의 LED 조명은 형광 조명에 비해 효율적이지도 수명이 길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LED 조명의 단점은 제조 비용 이외에 전류량이 올라가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과 발열에 의해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둘 다 간과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현재 LED 조명의 효율은 전부 수십 mA 수준에서 측정한 것으로 실제 조명으로 사용할 레벨로 전류량을 높이면 아직도 형광등의 효율에 따라오지 못합니다.

게다가 발열에 의한 수명감소 문제는 단순히 사용기간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발광 효율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초기 밝기의 70% 수준까지를 수명으로 잡는다면 LED 조명의 TOC(Total Cost of Ownership)는 형광등에 비해 한참 못 미치게 됩니다. LED의 케이스로 사용되는 에폭시가 높은 온도에서 색이 변하고 금이 가는 문제 역시 가까운 시일내에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형광등과 동일한 밝기에서 동일한 효율을 내는 LED는 아직 실험 수준의 단계입니다. 그리고 발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냉각판이나 제조 방법이 개발되어 양산되기 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그 단계에서도 형광등과 가격경쟁(TOC)을 하기 위해서는 또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조차도 가정용 조명의 이야기이고 산업용이나 비즈니스용 조명으로 가면 갈길이 한참 더 멉니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영원히 LED가 형광등을 대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LED는 전도성 발열(conductive cooling) 구조가 필요하므로 방사성 발열(radiative cooling) 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금의 전구는 대치가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다. 대신 LED 만의 장점을 살리는 장식성 조명으로서만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누구 말이 맞든 LED 조명이 실제 널리 보급되기 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곧 모든 조명이 LED로 바뀔 것 같은 최근의 분위기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효율이 높은 조명기기가 보급되면 에너지가 절약될 것이다.

이것은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주제가 될 텐데, 최근에 이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 기억에 의하면 1800년이나 그보다 훨씬 이전의 단순한 촛불을 조명으로 사용했던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통계를 바탕으로 조사된 결과인데 결론은 한 가정이나 한 국가가 조명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거의 일정하다라는 것입니다. 즉, 새로운 조명 장치가 등장해서 더 싸게 조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촛불에서 아크등으로 아크등에서 백열등으로 그리고 백열등에서 형광등으로 더 효율적인 조명 장치가 나오면 절약되는 에너지 만큼 더 많은 조명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결과에 의하면 단순히 LED 조명이 형광등을 대치하게 된다고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대신 더 다양하고 많은 조명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결론은 아무리 효율이 좋은 조명기기가 등장해도 조명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게 하는 상품은 판매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효율이야기가 나왔으니 각 조명 방식의 효율은 얼마나 될까요? 일반 백열전구가 약 3% 이하의 효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60Watt 전구의 경우 58W가 발열로 소비된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백열등에 비해 월등히 효율이 좋다는 형광등은 약 30%, 그리고 차세대 조명인 LED 조명은 한 50%의 효율을 가지고 있을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CFL이 10%, 그리고 LED가 18%의 효율(제한적 조건하에서)을 냅니다. 백열전구에 비해서는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에너지는 열로 소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필립스에서인가 각 조명 방식별로 수명과 제조공정에서의 비용까지를 총 망라한 에너지 소비효율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즉 전구를 만드는 공장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그 전구의 수명까지 고려하여 각 조명별 인류가 소비해야하는 에너지 비용을 계산한 것이지요. 필립스의 의도는 자사의 LED 조명이 고효율, 친환경적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연구를 했겠지만 그 결과를 본 많은 사람들은 그 반대로 생각보다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게다가 그 결과는 LED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인 해석을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백열등 -> CFL -> LED로 가는 과정을 결정하는 것은 제조 비용, 효율 등의 논리적이고 경제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고 자본의 관점에서 보아야 맞을 것 같습니다. 메이저들의 양산 준비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집중적인 선전이 이루어질 테고 효율이나 비용에 상관없이 조명기기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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